한국 사회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치매 환자 수는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자만큼 이나 돌봄 부담을 짊어진 가족들의 고통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24시간 돌봄에 매달려야 하는 가족들은 경제적 부담은 물론, 심리적, 사회적, 고립까지 감내하고 있다.
"하루에 잠을 세 시간도 못 자요"
70대 치매 어머니를 돌보고 있는 여성 김모 씨는 이렇게 털어놓았다.
"밤낮 없이 어머니를 돌보다 보면 제 삶은 사려져요. 친구도, 일도, 저 자신도요."
이처럼 가족 돌봄자는 환자의 '또 다른 환자'가 될 만큼 심각한 소진 상태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증 치매일수록 폭력적 언행, 수면장애, 매회 등 '문제행동' 으로 인한 돌봄 스트레스는 극심해지며, 가족의 우울증, 불안장애로 이어지기도 한다.
정부의 지원제도 있지만... 체감도는 낮아
정부는 치매국가 책임제 시행 이후 치매안심운영센터 운영, 치매 가족휴가제, 치매 가족 카페, 인지지원등급 제도 등을 도입해 가족의 부담을 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용 절차의 복잡함, 정보 부족, 제한적인 서비스 시간 등으로 인해 실제 수혜 체감도는 낮은 편이다. 또한 경제적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일부 가족은 직장을 포기하고 전담 돌봄자로 살아가야 하며, 이에 대한 현실적인 보상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공적 돌봄 확충과 가족 교육 병행 필요
전문가들은 치매 환자 가족을 위한 지원 대책으로 가사와 요양 돌봄 서비스 확대, 가족 교육 프로그램 활성화, 심리 상담 및 커뮤니티 연계 지원, 유급 휴가 보상 등을 제안한다. 무엇보다 돌봄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구조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사회의 중심의 공공 돌봄체계를 강화하고, 치매 돌봄을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적 책임'으로 인식해야 할 때이다.
"가족이기 때문에 버틸 수 없었습니다."
치매 가족들이 흔히 하는 말은 "가족이니까 참는다"가 아니라, 오히려 "가족이기 때문에 더 힘들다"는 토로다.
치매는 한 사람의 질병이 아니라 한 가족의 삶 전체를 흔드는 파도다. 이제는 환자만이 아니라, 그 곁은 지키는 돌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절실하다.
출처 보건복지부 : 치매국가책임제 및 관련 정책 소개 국립중앙치매 센터 : 치매 관련 연구 및 가족 지원 자료 국가치매관리 위원회 : 치매관리종합계획 및 정책 자료 치매정보포털 : 치매 가족 지원 서비스 안내 한국보건사회 연구원 : 치매 가족 돌봄 부담 연구 보고서